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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대자 (빌런)/화련 제국

월연- 어둠에 물든 삼족구

커미션 그림 출처: 핮님

 

cm. 환묠님

 

 

" 이미 정한 상대의 숨통을 끊는다. 그게 우리 일족의 숙명이니까."

 

이름: 월연

 

이명: 화련의 두번째 가신, 검은 사냥개, 제국의 송곳니, 검은 개

 

종족: 삼족구 (다리가 세개 달린 개의 형상을 지닌 영물, 설화에서는 사악한 구미호를 징벌하는 천적으로 알려져있다.)

 

외형상 나이: 20대 후반 ~ 30대 초반

 

성별: 여

 

키: 176cm

 

이미지 컬러: 검은색

 

속성: 어둠

 

소속: 화련 제국 가신, 군단장 

 

성격: 노린 상대를 가차없이 제거하는 냉혈한 성격이지만, 비겁한 수가 아닌 정정당당한 승부를 통해 상대하는 걸 선호하는 정통적인 무투파. 

 

주무기: 검

 

-능력: 어둠의 힘과 화련이 선사한 힘, 그리고 한때 영물로서 지닌 능력 

 

 

2. 스토리

 

    1. 만남

 

  삼족구 종족은 오래 전부터, 환계에서 소수만이 존재했다. 호족들을 위협하는 무시무시한 종족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결국 그 탓에 두려움에 산 호족들에 의해 대부분 몰살당했다. 현대까지 남은 생존자들 조차 대륙 전역에 흩어져 숨죽이며 살아갈 뿐이었다.

 

  월연은 그런 종족의 마지막 세대중 하나였다. 자신을 낳은 부모조차 알 수 없이, 홀로 생존해가며 살아온 그녀는 누구와의 인연도 맺지 않고 오직 삼족구라는 영물의 본능인 악한 기운을 풍기는 요괴를 물리치는 투쟁심에 충실하며 살아갔다. 

 

  어느 때와 같이, 마을을 습격한 사악한 호족 하나의 목숨을 끝장내려던 순간이었다. 그녀의 앞을 가로막는 한 분홍빛의 호족이 나타났다. 긴 생머리에 자신과 동갑인 여인. 월연은 비키라고 까칠하게 굴었지만, 분홍빛의 호족은 살생만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며 말했다. 

 

   "니가 무슨 권리로 날 막지?"

 

   "악을 제거한다고 해서, 살생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아. 뭔가 좋은 방법이 있을거야."

 

   월연은 분홍빛의 호족 여인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 처음에는 저 호족들과 한패라 생각했지만, 이내 느껴지는 기운 (영물의 경우, 상대가 선한지 악한 지 기운으로 판별하는 능력을 지녔다고 한다)으로 나쁜 자는 아니라 판단했다. 

 

  "이름이 뭐지?"

 

  "도호(桃狐)라고 해. 당신은?"

 

  "…월연이라고 한다."

 

2. 검은 개와 분홍 여우.

 

  도호라고 불리는 여인은 호족 중에서도 워낙 폐쇄적인 분홍여우 일족 출신의 과학자였다. 연구를 위해 한 마을에 들리던 중,공교롭게도 사악한 호족이 판치는 마을에 들렸다가 그녀를 만난 것이었다. 

 

  월연은 그녀가 악한 이가 아니라는 걸 알아도, 의심은 거두질 못했다. 결정적으로 계속해서 자신을 따라다니거나, 악호들을 퇴치하던 중 무리하지 말라면서 방해한 적도 많았으니까. 

 

  떼어낼 시도도 했지만, 도호는 언제나 월연의 곁에 다시 돌아오기 마련이었다. 어째선지 자신에게 붙는지 도호를 향해 물어봤지만 돌아온 답은...

 

  "오래 전부터 곁에 있어줬으면 하는 친구가 필요했거든. 연구도 중요하지만, 함께 떠들어줄 사람은 없으니까. 아 있긴 했었어. 내 남편..."

 

   "남편이 있었나?"

 

   "맞아, 같은 연구자였지. 지금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지만... 어느 한 '연구'에서 사고를 당해서 나와 자식들 두고 먼저 가버렸어."

 

  평소 활발하던 도호의 표정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힘내라는 말 밖에 못하겠군."

 

  "아니야, 그것만으로도 좋은 걸. 고마워 월연."

 

  그렇게 둘은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자신들의 얘기를 털어놓으며 친해져갔다. 평소 무뚝뚝하던 월연도 자신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3. 운명

 

  평소처럼 사악한 호족들이나, 요괴를 토벌하기 위해 검을 갈던 월연에게 편지가 날라왔다. 바로 자신을 찾지 말아달라는 도호가 남긴 말이었다. 

 

  친하게 지내던 도호가 갑자기 이렇게 변했다는 걸 믿지 못한 월연은 재빨리 도호를 찾기 위해 나섰다. 얼음장 처럼 굳었던 마음이 천천히 녹아내려 불길이 되는 기분, 월연은 그런 이상한 감정을 느끼며 편지에 남겨진 그녀의 흔적을 추적하기로 했다. 

 

며칠을 걸려 도착한 곳은 검은 안개가 짙게 깔린 가파른 산악지대.

 

그 곳에서 수상하게 파혀진 굴을 따라 들어간 월연은 이 편지에 남겨진 도호의 흔적과 동일한 것이 느껴진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알 수 없는 연구소. 주변이 어두워 보이지 않았지만, 이내 불꽃을 피워 주변을 밝힌 월연은 충격에 잠겼다. 

 

  "이건 대체..!"

 

  평범한 동굴이 아니었다. 

 

  높은 동굴천장까지 이어진 시험관, 그리고 그 속에는 많은 호족들이 잠든 채 실험물로 사용되고 있었다. 그 중에는 어린 아이로 추정되는 이들, 그리고 한가운데의 붉은 시험관에는 뭔가 만들어지듯 꾸물거리는 생물체도 있었다. 

 

  "이건..."

 

  월연은 유독 눈에 들어올 정도의 붉은 시험관을 보았다. 

 

  검붉은 덩어리로 뭉쳐진 작은 에너지 형태가 일렁이며 꿈틀대고 모습. 마치 뱃속의 태아가 만들어지는 과정과도 같았다. 인공 생물? 아니면...

 

  여러 생각에 잠겼을 쯤, 바로 옆으로 두 아기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한 여자가 보였다. 

 

  "도호? 여기에서 지금 뭐하는..."

 

  오랜만에 마주한 도호는 밝았던 모습이 아닌, 반쯤은 정신 나간 죽은 눈빛과 입꼬리가 길어질정도로 기괴하게 웃는 모습이었다. 

 

 "안녕 월연, 내가 준 편지대로 찾지 말라고 했는데 용케도 왔네?"

 

  그녀의 한쪽 손에는 검붉은 기운이 든 주사기가 쥐어져 있었다. 

 

  "그 손에 쥔 건? 그리고 저 아기들은.. 니 아이들인가?"

 

  "... 도환과 도연, 그래 사랑스런 내 아이들이야 그리고..."

 

   그녀가 든 주사기 바늘의 끝이 두 아이를 향해 겨누어졌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짐작한 월연은 급히 도호의 손목을 붙잡았다. 

 

  "무슨 짓을 하는거지? 그만 둬."

 

   "이거 놔! 이거 놓으란 말이야! 인정받아야 해! '그분'께 인정받으면 내 실험도 성공적으로 끝나!"

 

  둘의 소리에 잠이 깬 모양인지 아기들은 울부짖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도호는 자신이 쥔 주사를 놓지 않았다. 오히려 더 내리꽂기 위해 힘을 쥐기 시작했다. 

 

  "정신 차려, 도호! 쟤네는 너의 소중한 자식들이잖나, 무슨 일이 있었던거지? 실험이라니, 설명해.. 당장!"

 

   "마을에서 비인륜적이라는 이유로 내쫓았어. 인공 생물의 창조, 나와 내 남편은 그 숙원을 달성하기 위해 한나 각 지역을 돌았던 거고... 그러다가 '그 분'을 만났지."

 

   "그분이라니, 널 이렇게 망가뜨린 녀석이 있단 말인가."

 

   "키킥, 모르는거야? '화련' 님을 말이야. 그분이 곁에 있어줬기에, 우리 부부는 인공생물에 관한 연구를 지속할수 있었어. 지금 내가 하는 이 단계는 최종단계야, 내 아이들의 세포를 이용해서 새로운 걸 탄..."

 

   "미쳤군."

 

  월연은 급히 제 손을 들어 그녀의 뺨을 때렸다. 그럼에도 도호는 자리에서 일어서 실험을 계속하려고 했다. 

 

   "비켜 월연, 당장!"

 

   "아이들에게 한발짝도 오지 마라."

 

   그리고는 월연은 두 아이들을 향해 주사바늘을 쥔 도호가 가까이 오지 못하게 검집의 검을 빼들었다. 어떻게든 막아내기 위해, 그렇게 계속된 신경전 끝에 저 너머로 다른 누군가들의 인기척이 들려왔다.

 

  그 뒤로 나타난 건 다름아닌 검은 갑옷으로 무장한 병사들.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병사들에 적잖게 당황한 월연, 그리고 도호 또한 마찬가지였다. 도대체 누가 불렀는지, 알 수 없는 혼란한 상황이 펼쳐지고, 도호는 그 틈을 노려 월연과 자신의 아이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성공해야해, 그러니까 내놔 어서!"

 

  "안돼!"

 

  순간적으로 달려들은 도호의 행동에 월연은 자신도 모르게 쥐던 제 검을 휘둘러내었다. 그리고 검날이 베어간 그 궤적의 뒤에는 검붉은 선혈과 함께 베어갈린 처참한 도호의 모습만이 남아있었다. 

 

  "월연, 쿨럭.. 대체 왜... 왜 방해를.."

 

  월연 스스로도 무턱대고 저지른 행동에 어쩔 줄 몰랐다. 그저 위험한 상황에서 친구를, 그리고 그 친구의 아이들마저 지키고 싶었을 뿐인데. 왜 이런 짓을 해버린걸까. 피를 쏟으며 쓰러진 도호의 눈동자에는 원망이 담긴 생기 잃은 눈동자만이 남아있을뿐이었다. 

 

  "아니야.. 그러고 싶지 않았어, 난... 난!"

 

  후회할 틈도 없이, 몰려드는 의문의 병사들을 보며 월연은 그녀가 남긴 두 아이를 데리고 재빨리 동굴 밖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부모의 피가 묻은 제 손으로, 정작 아이들을 보호하며 검을 휘두를 뿐이었다.

 

  4. 어둠속에서 다시.

 

  월연은 스스로를 자책했다. 그리고 마음 한쪽에는 이제껏 느끼지 못했던 분노가 타오르고 있었다. 하나밖에 없는 자신의 친구를 죽음으로 내몰은 원흉의 정체, 화련제국과 스스로 제 손으로 죽인 자신. 

 

  영물의 신성함을 뿜어내던 그녀의 기운은 어느새 부정적인 마음에 좀먹혀, 서서히 어두워지고 마침내 불꽃에 그을러진 것처럼 검게 물들어져 갔다. 

 

   "어쩔 수 없나."

 

   월연은 도호의 아이들을 안고 남쪽의 어느 마을에 다다르었다. 맑은 하늘과 펼쳐진 바다가 합쳐진것만 같은 해안마을 천해(天海). 자신의 신분과 얼굴을 숨긴 채, 마을의 보육원에 두 아이를 맡기고 홀로 자리를 떠났다. 

 

  그렇게 수십년의 시간이 흐른 후, 월연의 발은 마기에 물든 한 땅에 다다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마치 자신을 기다렸다는듯, 수많은 어둠의 군단과 함께 제국의 여제인 화련이 모습을 드러냈다. 

 

  "빛을 잃은 영물이여, 그대가 이곳에 올 것을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절망에 찬 눈빛, 그리고 복수심에 찬 기운. 제국은 너의 힘을 높게 평가하고 있지, 어떤가? 내 힘을 빌려 다시한번 도약해보지 않겠나?"

 

  월연은 차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화련을 마주했다. 모든 일의 근원, 그리고 의도한 듯 제국을 향해 가는 자신을 맞이하러 오는 모습까지. 당장이라도 그녀의 목을 베어버리고 싶었지만 쉽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강력한 마기는 한때 영물이었던 자신조차 견딜 수 없을 정도였지. 

 

  "그대의 제안이라면 기꺼이..."

 

  그렇게 월연은 제국의 군단을 이끄는 군단장이자 여제를 보좌하는 가신이 되었다. 화련의 힘을 받은 월연은 영물이었던 적 보다 훨씬 강력한 힘을 발휘할수 있었다. 모든 걸 집어삼킬 정도의 어둠, 그렇게 그녀는 가신 중에서도 대표적으로 악명을 떨치는 존재가 되었다. 

 

  그러나 월연 본인은 가신으로 살아가며 화련에 대한 복수심을 키워가고 있었다. 자신을 따르는 부하중 한명이자 제국의 식민지에서 징병된 흑여우 청년 '흑현'을 제국의 실험에서 탈출시키고, 화련의 명령으로 천해 마을을 파괴했지만 그 곳에서 생존한 도환과 도연만큼은 죽이지 않고 달아나도록 몰래 살려보내기도 한다.

 

  서서히 힘을 모아오며 월연은 언젠가 왕좌에 군림하는 그녀를 쓰러뜨려 친구의 복수를, 더 나아가 환계를 구하기 위해 묵묵히 제 길을 걷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