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서는 한나대륙의 설백한에 있던 환계의 역사를 화림으로 옮겨 보관한 고서의 내용 일부이다.'
『 태초의 시기 』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는 오직 혼돈만이 가득 찬 세상이었다. 빛도, 소리도 그 어떤 것도 흐르지 않는 이 무질서한 세상 속에서 거대한 검은 형체가 일어섰다. 마치 사람과 유사한 형태를 취한 그 존재는 세상의 운명 속에서 점차 조각처럼 빚어져 마침내 탄생하게 되었다.
역사에 기록한 자들에 따르면, 태초의 세상에서 탄생한 존재의 이름은 '세상의 어머니' 라고 지칭하고 있다. 그중 역사가 빼곡히 기록된 한나대륙에서는 그 자를 태초의 신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공통적으로는 세상의 어머니 혹은 세상의 여신이라고도 부른다.)
외형적으로 추측된 기록으로는 사람, 동물 혹은 그저 거대한 빛 그 자체로 그려지지만 대부분은 거대한 형상의 여신으로 공통된 존재로 묘사되고 있다.
세상의 어머니는 이윽고 자리에서 일어나 하늘을 밀어 갈라지게 하고, 내려앉자 대지를 만들어내었다. 이렇게 하늘과 대지라는 개념이 형성되었다. 이윽고 자신의 거대한 발걸음을 이용해 대지를 움푹패여 산을, 자신의 눈물을 흘러내 바다를 만들어내었다.
『 환계의 신들 』
세상의 어머니는 이윽고 자신을 대신해 환계를 만들어나갈 자들을 창조해냈다. 처음에는 세상의 질서를 지탱할 시간과 공간의 신, 그 다음으로 자연을 가꾸는 신들, 세계에 살아갈 존재를 만들어낼 생명의 신들, 그리고 모든 사물을 관장할 신. 마지막으로는 모든 필멸체들이 지닐 생각과 본능, 감정의 신.
그렇게 다양한 신들 아래로, 또 다른 신들이 파생되어 탄생하게 되었다. 환계는 점차 빛이 들어오고 풍요로운 자연과 그 위에 살아가는 동식물들이, 그리고 모든 생명들에는 각각의 본능에 충실하게 되었다. 셀 수도 없는 많은 신들은 그렇게 환계의 흐름을 지탱하며 관리해나가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각자의 신들 사이에서 내분이 일어나게 된다. 많아진 수만큼 관할하는 영역이 충돌해 신들은 점차 자신이 관할하는 영역을 확대하려는 욕망에 잠겼고, 이윽고 신들끼리의 전쟁이 벌어지게 된다.
자연적인 형상부터 동물과 식물, 온갖 사물의 모습을 지닌 다양각색한 모습을 지닌 신들간의 전쟁은 쉴새없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 환계의 시작 』
다시한번 세상은 혼란에 빠졌다. 두개의 해가 뜨고, 두개의 달이 뜨며 바닷물은 하늘을 향해 치솟고 대지는 아래로 가라앉았다. 신들이 빚은 창조물들간의 전쟁이 일어나기 시작하고, 이들에게 '투쟁 본능'이라는 개념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전쟁은 쉴새없이 벌어졌다. 그 사이에서 이름 모를 많은 신들이 탄생하고, 자취를 감췄다. 지속되는 신들간의 전쟁으로 세상의 어머니는 자신의 자식들이 벌이는 모습에 실망을, 한편으로는 안타까워하기 시작했다. 창조신조차도 신과 필멸자들이 지닌 본능을 제어할 방법이 없었다. 결국 세상을 구성하는 요소중 하나 였으니. 제거한다면 세상의 균형이 흐트러지기 마련이었다.
점차 소멸해가는 신들이 많아질 무렵, 더는 보고만 있을 수 없던 세상의 어머니는 자식들과 같은 신들 사이에 강림하게 된다. 하나씩 신들을 보담아주며, 투쟁심을 제어할수 있는 방법인 이성적인 감정과 지식을 선사해줬다. 망가진 세상은 자신의 창조적인 힘을 이용해 회복시켰다. 그리고 신들에게 자신이 관할하는 영역을 어떻게 관리할지, 조율하고 배려와 같은 지식을 전수하게 된다.
그렇게 세상의 어머니의 뜻에 따라 신들은 자신들이 맡은 영역에서 세상을 복구해나가게 된다. 세상의 어머니는 흡족해하며 신들에게 그 뒤를 맡기며 환계의 균형이 무너지지 않도록, 환계와 일체화가 되어 떠나게 된다.
세상의 어머니가 사라지고, 그녀가 남긴 지식을 이용해 신들은 세상을 관리하게되면서 자신들만의 힘으로는 관리할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그렇게 자신들이 창조한 동식물, 정령, 그외의 존재들중 일부에게 각각 세상의 어머니로부터 전수받은 모든 지적인 능력과 감정을 선사하게 된다. 즉 자신들의 대리인들이자 세상에 살아갈 필멸체들의 탄생이었다.
선택받은 일부 창조물들은 점차 언어를 구사하기 시작했다. 그뿐만이 아니라 도구를 활용하는 지성체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동물의 경우, 두발로 걷게 되고 극히 일부의 동물은 마치 인간과 비슷한 존재(수인, 인수형)으로 빠르게 거듭나는 개체도 있었다. 극히 일부의 곤충도, 식물도 마찬가지였다.
일부 뛰어난 피조물들이 사람과 유사한 지성적인 존재로 진화한 이유는 다름아닌 세상의 어머니가 남긴 '창세의 힘'을 제대로 계승한 것이었다.
그렇게 기존의 피조물들과 다르게 하나의 '지성체' 로 진화한 존재들은 자신들을 탄생시킨 신들조차 놀랄 만큼 문명을 이룩하기 시작했으며, 신들의 힘을 이어받아 세상을 구성하기 시작한다. 이른바 환계라는 세계의 본격적인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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